바나나세계여행#86

세렝게티사파리3, 거대 나무 옆의 1인용 텐트.

탄자니아

by 박성호 2018-12-04 조회 257 2

 

 

 

 

 

때때로 단 며칠간의 기억이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버텨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는 한다.
세렝게티 사파리는 내게 있어서 그런 기억으로 남았다.

 

 

 

 

 

 

 

 

 

 

 

 

그만큼 세렝게티 사파리는 평소에 겪을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씻는 것과 편안한 잠자리만 조금 양보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울만한 모험이다.

 

 

 

 

 

 

 

 

 

 

 

 

 

특히 나처럼 유년 시절 동안 '포켓몬스터'에 빠져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황야를 달리며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마치,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포켓몬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생물을 포획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일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릴 적에는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없었다.
때문에 게임 속 가상 현실에서 잡거나, 아니면 포켓몬 빵을 먹으면 들어있는 스티커(띠부띠부씰)를 장롱에 붙여나가며 나만의 도감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이 세렝게티 사바나에서는 내 몸 직접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이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은 카메라이다.
말하자면 카메라가 포켓몬을 포획하는 포켓볼이 되는 것인데, 새로운 동물을 발견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내 컬렉션에 하나하나 저장해 나가는 것이다.

 

 

 

 

 

 

 

 

 

 

 

 

예컨대 야생의 이름 모르는 동물이 돌연 나타났다고 치자.
그러면 항시 대기 중이었던 카메라로 그 모습을 최대한 자세히 찍은 뒤에,

 

 

 

 

 

 

 

 

 

 

 

 

 

조수석 수납함에 넣어놓은 도감에서 그와 같은 생김새의 동물을 찾아보는 것이다.
쫑긋 선 큰 귀와 표범을 닮은 무늬를 가진 이 동물은 '사바나캣'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야생 동물이었다.

 

 

 

 

 

 

 

 

 

 

 

그러다 보면 라이온킹에서나 봤었던 품바가 사실 혹멧돼지(Warthog)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우락부락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툭하면 다른 맹수들에게 털리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더구나 여느 게임이나 만화영화가 그렇듯이,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긴장되는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수풀 속을 조용히 돌아다니던 수사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든지,

 

 

 

 

 

 

 

 

 

 

 

 

 

 

아니면 집채만 한 덩치의 코끼리 부대가 길을 막아서는 상황 말이다.

 

 

 

 

 

 

 

 

 

 

 

초식 동물인 코끼리가 뭐가 무섭나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지프보다 거대한 코끼리와 눈이 마주치면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는다.
옆에 있던 가이드가 조용히 말하길, 코끼리가 흥분하기 시작하면 지프 정도는 가볍게 짓밟아 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했다.

 

 

 

 

 

 

 

 

 

 

 

 

때문에 코끼리 가족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질 때까지 목각인형처럼 가만히 멈춰있었다.
 

 

 

 

 

 

 

 

 

 

 

 

 

 

흔히 마주치는 얼룩말 또한 나름의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해줬는데, 혈기왕성한 얼룩말은 우리가 타고 있는 지프에 앞서서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뭐가 저렇게 신나서 달리는 것일까 생각이 들면서도, 지하철이 역에서 출발할 때마다 옆에서 뛰는 시늉을 하던 옛날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느긋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제 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살았던 마사이족 사람들처럼 사바나 평원에서 잠을 자보는 것은 사파리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 장소는 언덕 위에 웅장한 나무 옆이었다.
태어나서 본 나무 중에 가장 커다란 나무였는데, 옆에 서있는 지프가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

 

 

나는 그 나무 바로 옆에다가 나무와 비교하면 작은 개미집처럼 느껴지는 1인용 텐트를 설치했다.
바닥에 딱 달라붙어 내 몸 하나 구겨 넣을 수 있는 작고 앙증맞은 텐트였다.

 

 

 

 

 

 

 

 

 

 

 

 

 

텐트를 치고 잠시 산책을 하고 있으면 언제나 붉은색 식탁보 위로 근사한 아프리카 정식이 차려져 있었다.
요리사를 대동해서 가기 때문에 먹는 것 또한 큰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할 때만 해도 평화로운 밤이 될 것 같았으나,

 

 

 

 

 

 

 

 

 

 

갑자기 숲속에서 땅을 울리는 굉음이 들리더니 거대한 코끼리가 튀어나왔다.
지프 안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평원에 발을 딛고 서서 코끼리를 마주하니 처음에는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끼리는 아무런 적의가 없어 보였다.
오직 코끼리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캠핑 사이트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물탱크였다.
코끼리는 긴 코를 탱크 안으로 그대로 꽂아 넣고는 벌컥벌컥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벌컥벌컥이라는 말은 보통 입으로 물을 마실 때 쓰는 말이니 이런 때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물을 마시러 온 코끼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곧이어 숲속에서 조금 더 작은 코끼리와 그보다 더 작은 아기 코끼리가 따라 나왔고, 차례로 아빠 코끼리가 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코끼리 가족의 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세렝게티 밤의 사진을 하나 남긴 뒤 1인용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두근거렸던 사파리의 여파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사실 사파리는 짐승들을 관찰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사파리는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여행은 단순히 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여행은 인간의 질서가 아닌 대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세계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넓은 시야에서 내 객관적인 존재와 가치를 알아가는 경험, 내가 사파리에서 느꼈던 여행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본 아침의 일출은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큰 나무와 1인용 텐트,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 외에는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좋았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아침의 모습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당당히 선택할 수 있을만한 황홀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바나의 아침은 시작되었고, 잠에서 막 깨어난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 끝없는 세렝게티 평원에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와 그 옆에 친 1인용 텐트, 내 인생의 가장 감동적이고 멋있었던 그 장면은 이후 한국에 돌아와 내 싸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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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김아현 2018-12-05

    싸인의 탄생 비화네요..!ㅎㅎ 너무 비현실적인 풍경이에요ㅠㅠㅠ

    34/1000 수정
    답글
  • sooo_ 2018-12-05

    사파리의 뜻이 여행이군요 !! 싸인도 정말 멋있네요 ^^

    31/1000 수정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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