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세계여행#87

세렝게티사파리4, 태초의 자연에서 다시 인류 문명으로.

탄자니아

by 박성호 2018-12-04 조회 94 1

 

 

 

세렝게티에서의 마지막 날, 지프는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없는 평원의 경계인 높은 언덕에 오르자 붉은 태양이 환영하듯 떠올랐다.

 

 

 

 

 

 

 

 

 

 

 

 

 

지나온 세렝게티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은 응고롱고로 분지의 둘레산이다.
이제 우리는 응고롱고로 분지를 지나서 처음 지프를 빌리고 모험을 시작했던 아루샤 마을로 되돌아간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몹시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해서 차가 통통 튀었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낮게 깔린 태양 덕분에 응고롱고로 분지의 붉은 토양은 더욱 붉게 빛나고 있었다.

 

 

 

 

 

 

 

 

 

 

 

 

 

분지의 평원으로 내려오면서 서서히 이곳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마사이족 마을이 보였다.

 

 

 

 

 

 

 

 

 

 

 

 

 

그렇게 지프는 무사히 언덕을 내려왔고, 우리는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 지프 뚜껑을 열고 마지막 사파리를 즐기기로 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신발을 벗고 조수석에 올라서서 카메라 준비를 마쳤다.

 

 

 

 

 

 

 

 

 

 

 

 

 

역시 엠피쓰리에서 적당히 빠르고 경쾌한 노래를 골라 이어폰을 연결했고,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마지막 사파리는 시작되었다.
 

 

 

 

 

 

 

 

 

 

 

처음 발견한 동물은 세렝게티에서 각선미가 가장 아름다운 야생 타조였다.
타조는 사자만큼이나 암수 구별이 쉬운 동물 중의 하나였는데, 암컷의 목과 다리가 우아한 선분홍색을 띠는 반면,

 

 

 

 

 

 

 

 

 

 

 

수컷 타조의 몸과 깃털은 뭔가 조금 더 수수하고 투박한 느낌이다.

 

 

 

 

 

 

 

 

 

 

 

 

곧이어 세렝게티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우를 닮은 작은 동물 한 마리가 지나갔다.
주둥이가 길어서 여우처럼 보이기도 한 이 동물은 교활하고 약삭빠르기로 유명한 '자칼'이란다.
자신보다 큰 덩치의 동물이 나타나면 즉시 도망치지만, 평소에는 그런 짐승들의 새끼를 몰래 사냥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초원에서 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왔다.
응고롱고로에는 이렇게 짧은 풀이 나있는 초원뿐만 아니라 삼림지역이나 황야 지대 등등 다양한 식생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마다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하는 것도 사파리의 한 가지 즐거움이었다.

 

 

 

 

 

 

 

 

 

 

 

 

숲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나무마다 가득한 바분(개코원숭이)이었다.
영장류 특유의 비상한 머리 덕분에 항간에는 보초용 강아지를 기르거나 멧돼지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번에는 숲속을 빠져나와 평원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에 도착했다.

 

 

 

 

 

 

 

 

 

 

 

 

 

나는 잔잔한 호숫가를 따라 카메라를 들고 잠시 산책에 나섰다.

 

 

 

 

 

 

 

 

 

 

 

 

물론 이렇게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총을 들고 보초를 서는 레인저 분들 덕분이었다.

 

 

 

 

 

 

 

 

 

 

 

 

 

호수에서는 종마다 같은 방향만 바라보고 있는 새들의 모습도 신기했지만, 호수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물 위에 둥둥 떠서 몸의 윗면만 드러내고 있는 거대한 하마였다.
하마는 둔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프리카에서 가장 난폭하고 위험한 동물이라고 한다.
거대한 송곳니를 가진 데다가 몸무게만 1톤을 훌쩍 넘는데, 달리기까지 잘해서 최고 시속 45km 정도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사인 볼트의 100m 기록과 비슷하니 하마를 자극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호수에서 나온 모습만 보면, 배가 튀어나오고 땅딸막한 모습이 어쩐지 정겹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하마는 짧은 다리가 부끄러워서 항상 호수에 잠수해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호수에서 한참을 쉬다 보니 슬슬 마을로 출발해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3박 4일간의 사파리의 마지막을 함께 해준 동물들은 그동안 가장 많이 보았던 '누'라는 동물이었다.

 

 

 

 

 

 

 

 

 

 

 

 

소와 사슴의 모습을 닮은 누는 삐쩍 마른 앙상한 다리와 수염 때문에 조금은 가엽게 느껴졌다.
다시 문명 세계로 돌아가는 내내 옆에서 누 떼의 행렬이 함께했다.

 

 

 

 

 

 

 

 

 

 

 

 

 

누를 보기가 이렇게 쉬운 이유는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에 걸쳐 백만 마리가 넘게 서식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누가 있었고, 평원 가득 짐승들이 풀을 뜯고 있는 그런 모습은 내가 정말 태초의 자연 한복판에 있다는 기분을 뼛속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세렝게티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굳이 왜 거길 가려고 하는 거야?

그 말에, 사실 조금은 흔들렸다.
어쩌면 아주 많이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그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힘들게 번 큰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굳이 세렝게티에 갈 필요가 있는 걸까, 하고. 

 

 

 

 

 

 

 

 

 

 

 

 

 

 

그런데 덜컹거리는 낡은 지프를 타고 세렝게티 사바나의 한복판을 질주하는 순간, 나는 이곳에 꼭 와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솔직히 세렝게티가 현실적으로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돈 낭비, 시간 낭비로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모두가 내 앞에 있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혀 빨리 달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타조의 가녀린 다리,
토실토실 귀엽게만 느껴지는 얼룩말의 큼직한 엉덩이,
하이에나의 눈을 피해 날카로운 이빨로 가젤의 여린 목을 문 채 나무 위로 올라가는 표범,
더러운 몸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간신히 눈만 물 밖으로 내밀고 있는 하마들,
뜨거운 석양으로 붉게 불타오르는 사바나의 일몰.



그렇게 되면 알게 될지도 모른다.
세렝게티에 오는 데에는 아무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때로는 우리 인생에 전혀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 아프리카 세렝게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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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조재상 2018-12-06

    마지막 문장이 참 좋네요^^ "우리 인생에 전혀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여행을 주기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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