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Buen Camino)

6일차,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스페인

by 고천 2019-04-14 조회 291 0

길을 걷기 시작한지 6일이 되어간다. 발바닥에 작은 물집이 생겼다. 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성인이라고 칭송받는 Felisa 부인의 생전의 집과 그 따님을 볼 수 있는 날이다.

♣ 경로 : Los Arcos~ Sansol(6.8Km)~ Torres del Rio(0.8Km)~ Viana(10.9Km)~ Logrono(9.4Km) // 27.9Km

 

♣ 요약 : 집을 떠난지 7일째가 되었다. 슬슬 까미노가 익숙해지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그리움은 더 커지고 그와 더불어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 햇빛이 참 아름다워서 빛난 날, 나바라 지역을 벗어나 Rioja 지역으로

            들어서고 끝없이 보이는 밀밭과 더불어 키작은 포도밭의 길다란 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중간에 Viana를 거치면서 화려하고 웅장한 Santa Maria 성당을 보게 되는데, 성당 입구가 로마 개선문에서 영감을

            얻은 르네상스 식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Viana를 지나 Logrono에 들어서기 직전에 허름한 몇채의

            농가를 지나게 되는데 까미노에서 아주 유명하고 상징적인 집과 여자분을 만나게 된다. 까미노의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Felisa 부인이 살던 집인데 그 앞에는 따님은 Maria가 돌아가신 어머님을 대신하여 Credential에 도장을 찍어주고

            계신다. 오늘도 어김없이 길가에는 푸른 풀들과 잘 어울리는 양귀비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아직 가로등이 켜져있는 아름다운 Santa Maria 성당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무사히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 길을 걷노라면 누구나 종교에 상관없이 기도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먼 지평선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쏟아 내 몸을 향해서 밀려왔다. 무척 기분이 업되고 이제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점차 힘들어지는

몸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까미노는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기에 대부분이 아침에는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져 키다리 거인이 되고, 역광으로 보이는 풀잎들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를 만들어 놓고 있어 이 작은 외로운 길 가는 나그네에게

위로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비슷한 시간에 길을 떠난 순례자들의 모습에서도 역시 나와 비슷한 밝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탄사가 나오고 있다.

여기저기 흐트러져 피어 있는 유채꽃의 노란 빛이 유달리 더 노랗게 빛난다.

 

역광이 비친 밀들에게는 붉은 빛이 물들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걸음을 천천히 하면서 마음껏 이 풍광을 즐겼다.

 

평원이 더 넓어서 일까...내 그림자 키가 더 커보였다.

 

길가에는 아름다운 양귀비꽃이 노란 유채와 초록빛 풀들속에서 마음껏 빛을 발하고 있고, 길 끝 저만치로 Sansol이 보이기 시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

그 중간 중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보이고, 길가에는 푸른 보리와 밀밭이 펼쳐져 있다. 그 중간 중간에 노란 유채꽃이 놓여져 있고

보리밭 사이에는 양귀비 꽃들이 마음대로 자라고 있다. 오늘도 종달새는 하루종일 지지배배 노래하며 혼자 길가는 나그네의 벗이 되어주었다.

 

Sansol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없다. 브라질에서 왔다는 무척이나 쾌활한 사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면서 여러

컷을 찍었다. 오늘 묵을 Albergue에서 다시 만났고, 아주 소란스럽고 쾌활한 사람들에게 어울려 즐거운 저녁시간이 되었다.

 

Sansol을 벗어나 잠시 걷다 보면 Torres del Rio에 도착한다. 역시 작은 마을이고 조용한 곳에 속하지만, 이 곳의 Santo Sepulcro

성당은 전 까미노 중 유일하고 독특한 기법으로 만들어진 성당이다. 몇일전 지났던 Eunate 성당과 같이 팔각형태의 성당이며,

이슬람 양식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뚜렷하다. 내부가 정갈하고 안쪽도 이슬람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문이

열려 있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기온이 높아졌다. 은근히 땀이 베어 나오고, 발걸음이 조금씩 무뎌디는 느낌도 든다. 산길과 평길을 수없이 걸어 다녀 걷는 것이 몸에 베였지만 그늘막 하나 없는 스페인의 봄날을 걷는 다는 것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역시 깨달음과 배움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약 10Km의 긴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주변의 꽃들과 푸르름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주고 이러 저리 날라다니면서 짝짓기와 사랑 놀음에 여념없는 종달이들 덕분에 지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지나고 나니 그 날은 어쩌면 자연의 조화를 마음껏 즐긴 하루였다는

생각이다. 저만치 Viana가 시야에 들어온다.

 

상당히 오래된 도시로 순례자 병원이 4개나 있었던 까미노의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도시였다 한다. 물론 중세의 이야기다.

 

여기 저기 Santa Maria라는 이름의 성당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여기 Viana의 Santa maria 성당은 무척 아름답고 멋진 내부 장식과 로마 개선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르네상스 식의 입구가 장관이다.

 

 

 

한참을 밖과 안을 들여다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Viana를 벗어나 잠시 가면 동굴의 성모 소성당이 있다하는데....확인하지 않았고, 이 성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면서 성당이 눈에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다.

 

N-III 고속도로가 연결하는 길 끝에 Logrono가 보인다. 길의 끝은 성당과 연결되는 듯해서 마치 이승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 감성적인 것까지 고려해서 이 길을 설계했을까?

 

 

까미노는 중세에 만들어진 길이지만, 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 길은 이 곳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고, 그 자체가 문화라는 것은 어디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물며 다리 밑이나 건물에 그려져 있는 유럽인들의 또 하나의 문화인 글씨나 그림에서도 Buen camino는 자주 볼 수 있다. 그 중의 일부는 거의 예술 작품 수준이라는 생각도 든다.

 

Logrono를 들어서기 전에 몇채의 작은 농촌의 주택을 지나게 된다. 잘 채색된 이 주택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작은 허름한 단층집에 도달하는데... 이 집은 까미노에서 무척 중요하고 의미있는 유명한 집이다.

 

단층 건물에 잘 정돈되지 않고 아주 평범해 보이는 오히려 초라한 집이지만, 이 곳은 까미노의 성인으로 칭송 받을 만한 지금은 돌아가신 Felisa 부인이 살던 집이다. 그녀는 수십년간 순례자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무화과와 물 그리고 사랑과 용기을 전해주셨다.

글을 전혀 몰랐던 부인은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간 순례자들의 숫자를 종이에 막대표시로 표시해 두었다.

 

펠리사 부인은 2002년 돌아가셨고 지금은 그 분의 따님인 Maria가 어머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데, 사진의 부인이 바로 Maria 님이시다. 인사를 하고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고 Credential에 도장을 받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셨다.

이 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의 대부분은 잠시나마 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일부는 도장을 받고 기부금도 낸다. 나도 기꺼이 마음을 보탰다.

 

Logrono에 들어섰다. Logrono는 전형적인 까미노 덕분에 발전을 한 산티아고 도시이다. Ebro 강을 건너 들어서면 Rua Vieja 도로가 도시 끝을 향해 이어지면 양쪽에는 식당, 와인상가, 주점 등 다양한 상점들이 줄 서 있다.

 

Mayor에는 멋진 성당이 역시 자리하고 있고 벽에 누가 칠한 페인트 자국을 한창 지우는 작업이 행해지고 있었다.

성당 주변은 Wi-Fi가 되어 잠시 서울에 있는 가족에게 소식을 전했다.

 


 

성당은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광장 주변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과일 가게에서 과일을 조금 사고 옆 슈퍼에서 저녁으로 먹을것과 캔맥주를 하나 샀다.

 

오늘은 좀 가볍게 걸었다. 물집이 잡혀왔고 하루 정도는 가볍게 걸어줘야 아물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평소에 일반 도로를 길게 걸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에 30Km 정도를 걸으면 바로 물집이 생긴다. 신발이나 양말 등의 보호장치는 이렇게 여러 날을 걸을 경우에는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나는 산에 다닐때 신는 발목까지 올라는 중등산화를 신고 갔다. 늘 나와 같이 했기에 가장 내 발에 친숙했기 때문이다. 물집이 생기더라도 사실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워낙 단련된 발바닥이라.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바늘과 명주실을 가져왔다.

 

물집보다는 다른 문제를 다음날부터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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